《그야말로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주부터 에듀동아에서 총 3편에 걸쳐 소개된 <대입 승부처 과목? 수학도 영어도 아닌 국어… 초등부터 잡아라> 시리즈 말이다.

(해당 시리즈 기사를 아직 읽지 못한 독자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

▶ 수능 수학·영어 4등급 받아도 국어 만점 받으면 의대·서울대 간다고?
▶ “한국어가 제일 어려웠어요” 국어 못하는 이유 따로 있다
▶ 국어, 학습방향부터 바꿔라… 초등 때부터 ‘다양한 읽기 경험’ 중요 

그래서! 에듀동아는 기사를 아예 다시 쓰기로 했다. ‘대입 수능’이라는 시험이 손에 닿지 않는 ‘집값’처럼 아직은 멀게만 느껴질지라도 국어 교육이 왜 중요한지는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부, 외숙모도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 

쉽고 재밌게 풀어서 설명하려 한다. 기존 시리즈 기획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날 것 그대로의 취재 내용도 생생하게 담는다. 테스형을 찾으며 “국어가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하고 외치는 어린 학생이 주변에 하나라도 있다면 꼭꼭꼭 읽어보고 주변에 널리 널리 퍼뜨려 주시길 바란다.》 

  

‘테스형! 국어가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시리즈 ①(☞클릭)을 통해 ‘비문학’이라는 거대한 장애물로 국어에서도 ‘노베’를 호소하는 고교생이 있다는 사실을 접한 뒤 한 학부모는 열변을 토해냈다. 초등 3학년 여아를 둔 엄마 A 씨(37ㆍ서울 양천구)의 말이다.

“책 읽기 중요한 거 왜 모르겠어요.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딸래미 책 읽는 습관 들이게 하려고 평생 취미에도 없던 독서를 제가 취미로 삼고 있다니까요. 웃긴 게 뭔지 알아요? 저는 제 모습을 본 딸이 따라하겠거니 하고, 책을 꺼내 읽으면 딸은 이때다 싶어 스마트폰 달라고, 유튜브 틀어달라고 졸라대요. 읽기 습관 들이는거? 안 돼요~안 돼. 쟤 삼촌이 출판사 다녀서 달에 한 번 어린이 책을 골라 박스채로 차에 실어 갖다 주는데도 만화로 된 책만 쏙쏙 골라 보고 다른 것들은 거들떠도 안 봐요. 삼촌이 만화책 빼고 줄글로 된 책 갖다 주면 “삼촌, 왜 이런 거만 갖다 줘?”하고 면박을 준다니까요? 기가 찰 노릇이에요 정말.”

A 씨에게 물었다. “그러다 아이가 국어 ‘노베’ 되면 어떻게 해요? 지금이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서 읽기에 재미를 붙이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A 씨의 답. “아니, 우리 딸만 그런 게 아니에요. 애 친구 엄마들이랑 얘기하다보면 다 똑같아요. 애들이 수능에서 국어 어려워한다고 하셨는데, 나만 어려울까요? 요즘 수능이 상대평가 맞죠? 다 어려우면 다 똑같이 못 읽겠죠 뭐. 게 중에 하나 걱정 되는 건 있어요. 딸래미 수학 공부 봐주다 보면 요즘에 문제가 이야기 형식으로 나오더라고요. 공식은 다 알고 다 외우는데, 이야기 형식으로 나오는 문제는 독해력이 딸려서 그러는지 문제 해석을 못하더라고요. 제가 봐도 알쏭달쏭 하긴 해요. 기자님, 그런데 수능 수학에선 이야기 형식 문제는 안나오죠?”

A 씨의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수능 국어는 상대평가가 맞다. 어려우면 다 똑같이 못 읽는다. 시험을 치른 모든 수험생이 어려운 문제를 틀려버리면 내가 틀린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바꿔 생각해보자. 상대평가 시험에서 다른 애들 다 틀리는 문제를 나만 맞혀버리면 어떻게 될까? 브라질과 월드컵 조별 예선 한 조에 속했는데, 같은 조에 속한 다른 팀들이 다 브라질한테 지고, 우리나라만 브라질을 이겨버리면 16강 진출 확률이 훌쩍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A 씨의 딸이 서술형 수학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또한 국어 독해력 저하에 빠진 어린이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사례다. 특히 중학교 수학 내신에선 서술형 평가 비중이 증가한지가 꽤 됐다. 독해력 저하가 국어뿐만 아니라 수학에서도 발목을 잡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 유례없던 2019학년도 수능의 결말은?

자, 2019학년도 수능, 그러니까 2018년 11월에 치러진 수능 시험을 놓고 차근차근 한번 살펴보자. 이 해의 수능 국어는 미치고 환장하도록 어렵게 출제 돼 수능 출제 책임자가 유례없는 대국민 사과를 했던 해다. 다른 과목에서 만점을 받은 ‘난다 긴다’하는 학생들도 국어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 해 시험을 치른 수십만의 전국 수험생 중 국어영역의 모든 문제를 다 맞힌 만점자는 148명에 불과했을 정도. 이게 얼마나 경이로운 숫자냐면 올해 서울대 의대 정원이 140명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국어성적 순으로 줄 세워 갈 수 있는 대학이 정해진다면 국어영역에서 하나만 틀려도 서울대 의대에 못가는 것이다. 참고로 이 해 수학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은 국어 만점자의 10배에 가까운 1465명이었다.

결국 초고난도 국어로 이 해 대입의 열쇠는 국어가 쥐게 됐다. “아니, 국어에서 어려운 문제 하나를 틀려도 어차피 3점 아니냐? 97점이나 100점이나 3점 차이로 무슨 대입의 열쇠를 국어가 쥐게 됐단 말이냐?”는 반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학교 중간 기말고사처럼 시험 문제를 다 맞히면 모두가 100점을 받는 시험에서는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다시피 수능 국어는 상대평가다. 수능 각 영역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다는 건 그야말로 ‘원점수’. 실제 대학에 진학할 땐 특정 점수를 받은 수험생의 상대적인 위치를 보여주는 ‘표준점수’가 활용된다. 전체 평균을 100으로 놓고 평균보다 얼마나 높고 낮은 점수를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상대점수가 바로 ‘표준점수’다. 어렵게 출제된 시험에서 원점수 100점 만점을 받으면 ‘표준점수’는 150정 정도로 훌쩍 뛰어버린다. 어려운 시험에서 고득점을 해야 남보다 더 더욱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경쟁력이 생긴다는 말이다. 반면에 만점자가 속출하는 쉬운 시험에선 원점수 만점을 받았다 하더라도 표준점수가 120점대로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결국, 많은 학생들이 국어 읽기를 어려워하는 최근에는? 국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만큼 표준점수가 올라가 대입에서 유리해진다. 학생들의 독해력 저하 경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될수록 국어가 핵심 과목으로 자리잡아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래서 2019학년도 수능에서 어떤 결말이 펼쳐졌느냐고? 영어 4등급을 받아도 국어 시험 잘 쳐서 서울대에 가는 학생이 나왔고, 수학 4등급을 받아도 높은 국어 점수 덕분에 의대에 합격하는 사례도 나오는 등 아주 요상한 상황으로 끝을 맺었다.

 

※ 대입 제도가 해마다 바뀌는데, 학생들 읽기 능력 떨어지면 국어 난이도 조절하지 않겠느냐고요? 오는 6일(금) 공개될 ​<테스형! 국어가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3편에서 ‘그렇지 않음’을 증명해드리죠.
 
 

▶에듀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1102144201730839;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