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주부터 에듀동아에서 총 3편에 걸쳐 소개된 <대입 승부처 과목? 수학도 영어도 아닌 국어… 초등부터 잡아라> 시리즈 말이다.  

 해당 시리즈 기사를 아직 읽지 못한 독자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 

▶ 수능 수학·영어 4등급 받아도 국어 만점 받으면 의대·서울대 간다고?

▶ “한국어가 제일 어려웠어요” 국어 못하는 이유 따로 있다

▶ 국어, 학습방향부터 바꿔라… 초등 때부터 ‘다양한 읽기 경험’ 중요

지난 한 주간 기록한 이 시리즈 기사의 높은 조회수가 보여주듯 그간  알게 모르게 국어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학생, 학부모들이 많았으리라. 그런데 이런 관심과는 별도로 대입을 아직은 멀찍이 남겨둔 초·중 학부모에겐 기사에 등장한 용어들이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수능 국어의 점수 체계와 문항 구성, 출제경향과 같은 분석이 다소 추상적이고 어렵다는 것. 
 

그래서! 에듀동아는 기사를 아예 다시 쓰기로 했다. ‘대입 수능’이라는 시험이 손에 닿지 않는 ‘집값’처럼 아직은 멀게만 느껴질지라도 국어 교육이 왜 중요한지는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부, 외숙모도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

쉽고 재밌게 풀어서 설명하려 한다. 기존 시리즈 기획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날 것 그대로의 취재 내용도 생생하게 담는다. 테스형을 찾으며 “국어가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하고 외치는 어린 학생이 주변에 하나라도 있다면 꼭꼭꼭 읽어보고 주변에 널리 널리 퍼뜨려 주시길 바란다.》

○ 우리말인 국어 학습에도 ‘기초’가 필요하답니다

“아니, 우리나라 말이 이렇게 어려워도 되나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따로 공부를 안 하더라도 무난하게 90점 받았죠. 고1 된 뒤에 모의고사 풀어보니 문법은 그렇다 쳐도 비문학은 손도 못 대겠더라고요. 완전히 ‘노베’인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수험생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최근 쉽게 볼 수 있는 게시글의 일부다. 여기서 ‘노베’란 기초가 없다는 뜻의 ‘No Base(노 베이스)’의 준말. 아니, 국어를 공부하는데 뭔 놈의 기초가 필요하다는 말일까? 과거 교육을 받았던 학부모 세대에게 ‘기초’는 사실 국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긴 하다.

기억을 더듬어 아주 기본적인 단계의 수학 학습법을 떠올려보자.

원초적으로 얘기하자면 이런 과정의 반복이 초등 1학년부터 고교까지 줄기차게 이어진다. ①, ②로 쌓은 기초를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을 접한 뒤 문제 풀고, 또 다시 새 개념 접하고 또 새로운 문제 풀고…. A 개념을 모르면 아예 B, C 개념을 배울 수 없으므로 수학은 그야말로 ‘기초’가 중요한 과목이다. 이게 바로 수학이 ‘위계과목’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탑을 만드는데 중간에 하나를 빠뜨렸다면? 언젠가는 그 탑이 와르르 무너지게 되므로 기초가 중요한 과목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국어에서 ‘기초’를 찾는다. 국어가 어떤 과목인가. 문제와 답이 모두 한국어로 쓰여 있는 그야말로 ‘국어(國語)’ 아니던가.

“글쓴이가 윗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글의 중심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이 글의 중심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때 괄호 안에 들어갈 말로 적절한 것은?” 

이처럼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 국어 시험에 나온다. 수학처럼 복잡한 수식이나 그래프도 없고, 더듬더듬 읽어내야 하는 외국어도 아니란 말이다. 그런 국어가 ‘노베’라니…. 뭐가 문제일까.

○ 공포의 ‘비문학’을 아십니까?

다시 위에서 소개된 고1 학생의 하소연으로 돌아가 보자.

“아니, 우리나라 말이 이렇게 어려워도 되나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따로 공부를 안 하더라도 무난하게 90점 받았죠. 고1 된 뒤에 모의고사 풀어보니 문법은 그렇다 쳐도 비문학은 손도 못 대겠더라고요. 완전히 ‘노베’인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굵게 표시된 ‘비문학’. 수능 국어에서 시, 소설, 수필 등 문학의 갈래가 아닌 모든 읽기 제재를 흔히 일컫는 말이다. ‘독서’ 파트라고도 하는데, 인문학, 사회학, 자연과학, 기술공학, 예술, 생활 분야의 다양한 긴 글을 주고, 어휘력, 추론능력, 사고력 등을 평가하는 문제와 결합돼 나온다. 그런데, 어려운 용어로 가득 찬 비문학 지문이 시험지에 쏙 들어가 등장하게 되면 학생들은 그야말로 사시나무 떨 듯 덜덜 떨며 극심한 공포감을 호소한다. 다음의 지문을 보자.

그야말로 ‘정보의 폭탄’이다. ‘특허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자마자 그 다음 문장에 곧 바로 ‘영업 비밀’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이를 포괄하는 ‘지식 재산’이라는 개념이 연이어 등장하며 글을 읽는 이의 숨통을 조여온다. 지식 재산 보호 문제와, 과세 문제가 불거진다고 하는 걸 보니 뒷 단락에선 이에 대한 개념이 또 융단폭격처럼 쏟아지리라. 

놀라운 사실은 위에 제시된 단락이 이 지문 전체 중 첫 단락에 불과하고, 이보다 분량이 많은 3개 단락이 추가로 나온다는 것. 그 3개 단락에서는 얼마나 많은 개념들이 복잡하게 등장해 수험생들을 혼란과 공포에 밀어 넣을까. 심지어 이 지문은 다른 지문에 비해 해석하기 쉬운 축에 속하는 지문이다.

‘인생을 결정하는 시험’이라는 수능 시험에서, 그것도 긴장감이 극도로 달하는 1교시 국어영역의 한 지문에서 초장부터 엉덩이에 힘을 빡 주고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야 하는 정보들이 쏟아지면 수험생들은 이 글을 다 읽어 나갈 수 있을까.

이런 비문학 지문을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한 고1 입장에선 ‘국어 노베’를 호소할 만도 하다. 읽고 해석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니 ‘베이스’가 부족하다고 토로하는 것이다. 학부모들 입장에서 “국어가 어려워봤자 수학보다 어렵겠어?” “수학이 더 중요하지”하고 쉬이 넘기며 우습게 볼 과목이 아닌 것이다. 고등학교 올라가서 부랴부랴 국어 ‘기초’를 다질 생각을 하지 말고, 그 전부터 차근차근 읽기 능력을 다져나가야만 한다.

※ 오는 4일(수) 공개될 <테스형! 국어가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2편에서는 왜 국어가 대입에서 수학보다 더 극진한 대접을 받게 됐는지를 짚어봅니다.

▶에듀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1102135443727053;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