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을 바라보는 고교생들이 가장 주력하는 핵심 과목은 오랜 기간 수학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어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최상위권 내에서도 국어 성적에 따라 대입 운명이 엇갈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상위권 대학에 가기 위해선 수학만큼이나 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요해진 국어를 잡기 위해 고교생들도 최근에는 국어 학습 비중을 높이고 국어 전문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를 적극 찾아 나선다. 그럼에도 국어를 공략하기란 쉽지 않다. 단순 지식보다는 독해력과 사고력, 추론 능력과 같은 역량을 평가하는 과목 특성 탓에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기 힘든 데다 국어 시험의 난도 자체도 과거에 비해 한층 높아졌기 때문. 여전히 초‧중학교 단계에서는 수학, 영어에 밀려 국어 학습에 소홀한 것도 뒤늦게 국어에 발목을 잡히는 주요 배경이다.  

국어, 과연 지금처럼 수학이나 영어 뒷전에 놓아도 되는 과목일까. 에듀동아는 <대입 승부처 과목? 수학도 영어도 아닌 국어… 초등부터 잡아라!> 시리즈를 통해 수능을 비롯한 대입의 핵심 과목으로 급부상한 △국어의 달라진 위상을 짚어보고 △학생들이 국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와 △바람직한 국어 학습 방향을 3편에 걸쳐 소개한다.》 

동아일보 DB

최근 중고교생들의 읽기 능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0년부터 3년 주기로 만 15세 학생의 읽기·수학·과학 분야의 학습 성취와 추이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읽기’ 평균 성적은 2006년 556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12년째 줄곧 하락 추세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PISA 2018 평가에서는 514점을 거둬, 국제 비교에 참가한 2000년 이래 가장 최저 점수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PISA 2018 결과보고서’에서 “읽기가 주 영역이었던 PISA 2009 평가와 비교해 PISA 2018 점수가 가장 많이 하락한 인도네시아(-30점), 태국(-27점)에 이어 우리나라는 세 번째로 점수 하락 폭이 큰 국가”라고 밝혔다.

읽기 능력 저하가 국어 학습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처방은 반대로 읽기 능력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국어를 잘 하려면, 다시 말해 읽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초․중학교에선 여전히 뒷전인 국어

   뒤늦게 벌어진 국어 격차, 쉽게 못 좁혀

   “어릴 때부터 독서·​토론·​논술 꾸준히 해야”

국어 성적을 높이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사실 어릴 때부터 다양하고 폭넓은 읽기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읽기 능력은 단번에 길러지지 않고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입에 임박해서 뒤늦게 국어 공부에 몰두한다 한들 이미 벌어진 읽기 격차를 좁히기란 어렵다. 고교 3년간 수능 국어 고득점에 매달려도 성적은 상승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에 있다.

하지만 초‧중 단계에서 국어는 여전히 수학과 영어에 우선순위가 밀린다. 이 시기엔 읽기의 어려움이 크게 부각되지 않기 때문. 문제는 이 같은 착시가 훗날의 ‘국포자(국어포기자)’를 만든다는 점이다. 중학교까진 국어 성적이 곧잘 나오다가도 고차원의 읽기 능력이 필요한 고교에 가서 고꾸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정숙 종로학원 수시전략연구소장은 “간혹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고교 과정의 수학을 미리 떼는 경우가 있는데, 중학교 때 우수한 성적으로 과학고에 진학한 학생들도 계속 수학, 과학 중심으로 공부하다 보니 의외로 국어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에는 대입 단계에서 국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독서와 토론, 논술 훈련 등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읽을거리 대신 볼거리만 가득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유튜브 ‘콘텐츠 편식’으로

  콘텐츠 편식, 배경지식 부족으로 이어진다

읽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학생들이 소비하는 지식정보 콘텐츠는 읽을거리 대신 볼거리가 장악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설책이나 신문, 잡지처럼 향유할 수 있는 지식정보 콘텐츠의 대부분을 ‘읽을거리’가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유튜브(Youtube)로 대표되는 영상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다. 정보를 ‘글’로 이해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이러한 환경 자체가 읽기 능력을 키우기에 독이 되고 있는 것.

더욱이 원하는 콘텐츠만 골라 소비하는 구조도 문제를 키운다. 시청 기록이나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영상을 추천해주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자신이 원하는 영상, 관심 있는 분야의 콘텐츠만 골라 소비하는 ‘콘텐츠 편식’으로 이어진다. 관심 분야가 아니라면 기본 상식 수준의 배경지식조차 부족한 것도 이런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법률과 법령, 법규, 법 등의 단어는 모두 비슷한 뜻으로 보이지만 각각이 전문 법률 용어로 쓰일 때는 의미하는 바가 모두 달라요. 이 정도 수준의 배경지식만 있어도 국어 지문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 수 있어요. 근데 요즘 학생들은 각 단어가 주는 느낌만 보고 모두 뭉뚱그려 다 같은 ‘법’이라고 생각합니다.”(백승렬 종로학원 강남본원 국어 강사)

○ 다양한 읽기 경험 갖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콘텐츠 편식 없는 읽기 신문으로 가능

  "우리나라 청소년, 만화·소설 많이 읽지만 잡지·신문 안 읽어"

하지만 읽을거리 대신 볼거리가 가득한 최근의 학습 환경을 고려할 때 학생 스스로가 동기 부여를 갖고 ‘읽기’에 나서기란 쉽지 않다.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기가 어려운 초․중 단계라면 더욱 그렇다. 해당 시기에 꼭 필요한 읽기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부모가 적절히 개입할 필요도 있다.

특히 신문은 다양한 읽기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재료로 꼽힌다. 실제로 국어 학습의 수단으로 영자신문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문장을 읽을 때마다 앞뒤 문장과의 논리적인 연결성을 기억해가며 해석해야 하는 영어 독해 훈련의 메커니즘이 긴 호흡의 비문학 독해와 닮아있다는 것이 큰 이유지만, 다양한 분야의 시의성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접할 수 있다는 점도 겨냥한 선택이다.

백 강사는 “기본적으로 중력의 법칙 정도는 알고 있어야 관련 과학 지문을 이해할 수 있고,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소비자 잉여와 같은 개념을 알고 있어야 사회․경제 지문 이해에 무리가 없다. 문제는 이런 정보가 담긴 글을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내서 읽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임의로 배정해 둔 신문은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읽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앞서 OECD 주관의 PISA 평가 결과에선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더 있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만화, 소설류, 비소설류’ 읽기 비율은 OECD 평균보다 높았지만, ‘잡지, 신문’의 읽기 비율은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1020165300757917;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