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5월부터 7월까지 바쁘게 영재학교 전형을 준비하며 달려온 중3, 3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친 이제는 과학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을 것이다. 힘들었던 준비만큼이나 나른한 마음을 가지고 4월에 썼던 영재학교 자기소개서를 하나둘 옮겨 붙이기 시작했을 터. 그러나 과학고 입시는 영재학교와는 또 다르다. 두 학교 유형 사이 입학전형의 차이는 물론 학년별 커리큘럼과 같은 교육과정의 차이까지 고려해 전략적으로 과학고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과학고 원서접수는 빠른 곳은 8월 21일, 늦은 곳은 9월이 되어서야 진행된다. 대전 동신과학고는 오는 21일 원서접수를 마감하지만 충남과학고는 9월 초에 원서접수를 실시한다. 과학고만의 차별화된 특징을 이해하고 이를 준비할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 과학고는 지필고사가 없다… 그래서?

과학고와 영재학교 입학전형의 가장 표면적인 차이는 지필고사의 유뮤다. 영재학교 입시에는 지필고사가 있고, 과학고 입시에는 지필고사가 없다. 이는 지원 전략의 차이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지필고사는 학생의 수‧과학적 학업능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형요소이다. 그런데 과학고 입학전형에는 지필고사가 없다 보니 결국 서류와 면접에서 학업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과학고 자소서 작성 시에는 문제해결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해 본인의 창의적인 사고력과 접근법을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때로는 전개식이나 어려운 용어가 그대로 표현되어도 좋다. 향후 면접까지 고려해 면접 질문의 단서를 자소서에 남겨두는 것이다.

다양한 지식을 묻는 과학고 면접에 대비해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하듯 문제를 풀어보는 연습도 꼭 필요하다. 특히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사용하는 공식이나 정리까지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면접에서 추가 질문으로 증명이나 설명을 요구하거나 원리를 묻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과학고는 연구활동보다 심화 수학‧심화 과학을 먼저 만난다

영재학교는 빠르게는 1학년, 늦어도 2학년이 되면 개인, 팀별 연구활동을 진행한다. 반면 과학고는 1학년에는 물‧화‧생‧지 II 과정을 배우고, 2학년에는 물‧화‧생‧지 실험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며 개별적 연구 산출물은 영재학교보다 한두 해 늦게 진행한다. 학교에 따라선 연구활동에 집중하기보다 AP과정을 통하여 대학의 과정을 선이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를 빗대어 영재학교를 ‘대학 같은 고등학교’라고 표현한다면, 과학고는 ‘대학을 빠르게 가는 학교’라고 표현한다. 예전 조기졸업을 AP과정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리큘럼의 차이는 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영재학교가 보다 융합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보여주는 것을 선호한다면, 과학고는 자기주도적으로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학생 스스로 깊이 있는 학습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는 자소서 문항으로도 드러난다.

한성과학고는 자기소개서에서 수학 관련 탐구활동과 과학 관련 탐구활동을 각각 1100자 이내로 쓰도록 한다. 경기북과학고는 탐구활동을 3개로 나누어 △수학 500자 △과학(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정보 중 택 1) 500자 △수학, 과학, 융합 중 한 가지를 정해 500자 이내로 작성하게 하고, 각 분야별로 구체적인 주제를 분류해 놓았다.

이 때문에 영재학교 자소서를 썼던 학생들이 글자 수 총합이 비슷한 과학고 자소서를 쉽게 생각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재학교 자소서는 꼭 수학, 과학이 아니더라도 진로나 다른 과목과 연관된 글감도 일부 활용할 수 있지만 과학고 자소서는 명확하게 수학과 과학으로 과목이 분리된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보다 학습의 깊이와 탄탄함을 확인하려는 과학고 자소서 방향에 대한 접근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본인의 수‧과학적 장점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해 글을 풀어가는 것이 좋다.

○ 영재학교 자기소개서는 3학년 1학기가 없다

영재학교는 2학년까지 학습한 학생부의 내용으로 입시를 준비한다. 여기서 한 학기를 더 보내고 준비하는 것이 과학고 입시다. 코로나19로 정신없이 보낸 탓에 이전보다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한 학기라는 시간이 더 주어진 만큼 더 깊이 고민한 활동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활동들을 잊지 말고 자소서에 녹이도록 신경을 쓰자.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학교 수업의 상당수가 온라인으로 대체되었고,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도 정상 학기와 같이 진행되지 못하면서 학생부 내용으로 차별화가 한층 어려워졌다. 그만큼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자소서를 마무리하기 전,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의 학생부 항목에서 자소서로 뽑아낼 수 있는 내용을 잘 골라내고 면접에서도 관련 질문에 잘 답변할 수 있도록 내용을 숙지하자.

특히 영재학교 입학을 위하여 학습한 학생이라면, 학교생활 이외에도 수‧과학 공부를 하며 본인만의 문제 접근법을 찾거나 과목에 대한 남다른 흥미를 느낀 에피소드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도 자신의 과제집착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글감이 될 수 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로 이어지는 정신없는 입시일정에 코로나19까지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희망해 온 고등학교 입학 도전의 끝이 보이는 만큼 현 상황에 집중하고 최선의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최영득 와이즈만 영재교육 수원영통센터 원장
(와이즈만 입시전략연구소 수석 컨설턴트) 

출처: 에듀동아(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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