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대원국제중, 영훈국제중에 대한 지정 취소 내용을 담은
특성화 중학교 운영성과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과정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혼란이 1년 만에 국제중으로 대상을 바꿔 재현될 조짐이다. 서울시교육청이 10일 서울 소재 국제중학교 2곳(대원국제중‧영훈국제중)에 대해 지정 취소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힌 데 이어 평가 결과에 반발한 해당 학교들이 지정 취소를 막기 위해 행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자사고 재지정 평가 때와 마찬가지로 지정을 취소하려는 교육 당국과 이를 막으려는 학교 측 간의 법적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편에선 국제중의 지정 취소 위기가 명문 학교에 대한 수요를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풍선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대원국제중·영훈국제중 지정 취소, 평준화 수순?

국제중은 조기 유학을 줄이고 해외 출신 학생들의 적응을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특성화 중학교로, 서울에 위치한 대원국제중, 영훈국제중을 비롯해 청심국제중(경기), 부산국제중(부산), 선인국제중(경남) 등 전국에 총 5곳이 있다. 이들 국제중은 자사고‧외고 등과 마찬가지로 5년마다 재지정 평가를 받아 국제중 지위를 유지하는데, 2018년 개교한 선인국제중을 제외한 4곳이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다. 

이 중 가장 먼저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이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것. 그러나 평가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교육계에선 두 국제중의 지정 취소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이미 지난해 교육부가 학교 서열화 해소 등을 이유로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을 확정한 상황에서 국제중학교가 특성화 중학교의 지위를 유지하는 모양새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

학교 서열화 해소와 교육 불평등 완화를 내세운 이번 정부의 학교 정책에 진보 교육감이 발을 맞추고 있는 상황도 국제중 지정 취소 가능성에 힘이 실렸던 배경이다. 특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4년 첫 당선 당시부터 자사고‧외고를 비롯한 특성화 학교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이후 줄곧 특성화 학교들의 일반학교 전환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 13곳 중 절반이 넘는 8곳에 대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국제중 재지정 평가를 앞둔 올해 1월에도 조 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 총회에서 “국제중을 일반중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의무교육단계에서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형적 형태가 만들어진다"며 국제중의 일반중 일괄 전환을 안건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국제중 재지정 평가 결과 역시 이러한 정책적 배경과 무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은 10일 두 국제중에 대한 지정 취소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평가는 공적 절차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견지에서 평가위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면서도 ”국제중이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일반 학교 위에 서열화 된 학교로 인식돼 이를 위한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 “서열화 주범 지목된 국제중 자리 ‘명문 학군’이 대신”

하지만 교육 당국의 의도대로 국제중 지정 취소를 통해 학교 서열화가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명문 학교를 향한 학생, 학부모의 수요가 특정 학교의 지위를 없애는 것만으로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이 확정된 이후에도 동일하게 제기됐던 문제다.

실제로 국제중학교는 연간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높은 학비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진학 실적을 보이며, 특목‧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학부모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분석한 2019학년도 국제중학교의 특목‧자사고 진학 실적을 보면, 대원국제중은 전체 졸업자의 67.9％, 영훈국제중은 59.7％가 특목‧자사고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심국제중과 부산국제중 또한 각각 졸업자의 76.2％, 60.4％가 특목‧자사고로 진학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국제중에 진학하고자 했던 학생들은 명문학군 소재 일반중학교로 방향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자유학기제 등으로 학력 저하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명문 중학교로 진학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학교 지위’ 둘러싼 갈등, 또 소송전으로?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조치가 실제 지정 취소로 이어질 지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일단 절차적으로 지정 취소 처분 이후 학교별 청문과 교육부의 동의 절차가 남아있다.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학교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 실제 지정 취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실제로 지정 취소 처분을 받게 된 두 학교 모두 이번 재지정 평가 결과에 반발해, 지정 취소가 확정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지난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불거졌던 혼란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 당시,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처분을 받고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동의한 서울‧경기‧부산 지역 자사고 10곳은 당장 올해부터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평가 결과에 반발한 자사고 측이 평가의 부당성을 이유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 또한 이들 학교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인용하면서 이들 자사고 10곳은 현재 자사고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에 오른 다른 2곳(청심국제중, 부산국제중)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출처: 에듀동아(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00610165816343968;titleGb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