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입학·개학식 후 2~3주 지나 열리는 학부모 총회는 학교와 부모 모두에게 중요한 행사입니다.
특히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자녀를 둔 부모라면 가급적 참석하는 게 좋습니다. 입학식이 교사와 학생의 첫 만남이라면 학부모 총회는 학교·교사와 학부모의 첫 만남입니다.
학부모에게 학교 생활 전반을 안내하는‘오리엔테이션’인 셈이죠. 같은 반에 속한 자녀를 둔 부모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사교의 장’이기도 하고요.
학부모 총회에 처음 참석하는 학부모들의 궁금증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장맘입니다. 곧 학부모 총회가 열리는데 주변에선‘꼭 가라’고 권하더군요. 그래서 회사에 연차를 내고 참석하려 해요. 학부모 총회에서 무엇을 챙겨야 할지, 옷은 어떻게 입고 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모처럼 시간을 낸 것이라 담임 선생님과 상담도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김모씨·39·경기도 성남)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를 둔 아빠입니다. 첫째 때의 학부모 총회는 엄마만 참석했는데요. 이번엔 사정상 제가 가게 됐어요. 대부분 엄마들이 온다고 하던데 아빠가 가도 괜찮을까요. 미리 챙겨야 할 게 있는지,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 지 막막하네요. (전모씨·42·서울 행당동)
학부모 총회는 학교의 공식 행사입니다. 초등학교 학부모 총회에선 대체로 교장이 직접 학교를 소개하고 1년 간 교육과정을 설명하죠. 그 학교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도 안내하고 방과후교실·동아리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도 제공합니다.
모두 부모에겐 도움되는 정보입니다. 학교 교육의 방향과 특징을 알면 가정에서 무엇을 신경쓰면 좋은지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총회가 열리는 강당 입구에서 연간 계획 등을 담은 유인물을 나눠주는 학교가 늘고 있어요. 꼭 챙겨서 잘 보관하세요. 총회 시작 전에 한번 살펴본 뒤 궁금한 사항은 질문 시간을 이용해 묻는 게 좋습니다. 학교의 재량휴업일, 체험활동 신청 요령을 파악해두면 한 해 가족의 휴가 계획을 미리 세울 때 도움이 되겠죠.
학부모 총회에선 학교운영위원회 위원(후보) 선정, 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 단체의 임원 구성,‘독서도우미’‘명예교사’같은 자원봉사 활동의 안내와 신청도 진행됩니다. 이런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 학교를 돕는다는 보람도 얻고 교사, 그리고 다른 부모와의 원만한 관계를 갖는 데도 도움 되죠.
다소 바쁘시더라도 가급적이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세요. 물론 자원봉사, 학부모 임원 선출이 부담스러운 분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총회 참석 자체를 꺼릴 필요는 없습니다.
총회가 마무리되면 담임교사와 함께 자녀 교실로 이동하게 됩니다. 담임과 부모님들의 상견례 자리랄까요. 담임 선생님은 본인을 소개하고 학급 운영 방향을 설명하죠.‘알림장을 이렇게 보낼테니 매일 확인해달라’식의 구체적인 당부도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 질문할 때는 가급적 반 아이 모두에 공통적인 질문을 하는 편이 좋겠지요.
한 반 부모들이 함께 하는 시간에 본인 자녀에만 해당하는 질문과 당부가 길어지면 교사 입장에선 상당히 당혹스럽고 다른 부모에게‘헬리콥터맘’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요.
몇몇 부모님은 이날 담임 선생님과 긴 상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여건상 그렇지는 못합니다. 모처럼 시간을 낸 학부모로서는 아쉽겠지만 워낙 많은 부모님이 방문하는 날이라 교사 입장에선 한 학생의 부모에게만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답니다.
대신 3월 말부터 학부모와 담임교사가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담 주간이 진행됩니다. 이 때를 활용하세요. 물론 자녀 건강 문제처럼 입학 초기에 담임 선생님께 반드시 알려야 하는 정보도 있을 겁니다. 대화가 길어질 것 같다면 미리 쪽지에 자세한 설명을 적어 건네주면 좋습니다. 꼭 당일 상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총회 전에 미리 알려두세요.
학부모 총회는 같은 반 아이들의 부모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같은 반 부모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린 자녀 양육에는 여러모로 도움됩니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은 아이들의 의사표현이 아직 서투른 상태입니다. 이때에는 자녀의 말만 듣고 부모가 자녀의 학교 생활을 짐작하기 어렵답니다.
아이들은 친구 이야기를 할 때가 많습니다. 자녀와 대화가 많은 부모라면 친구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러니 이런 부모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면 자녀의 급우들의 전반적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요즘 학부모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소통하는 일이 잦습니다.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까닭에 학교나 교사가 같은 반 친구 부모님들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을 곤란해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부모 총회에선 부모님들끼리 직접 만나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주고받을 수 있죠. 유치원 때 알던 엄마가 있으면 미리 연락해서 함께 가는 것도 좋습니다. 총회 전에 자녀에게 친한 친구 이름을 물어보고서 총회에서 그 아이의 부모와 인사하며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교환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엔 학부모 모임은 엄마의 전유물처럼 인식됐습니다. 이제는 아빠와 엄마가 함께 참석하거나 아빠만 오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스스로 어색하다고 느끼는 아빠도 있지만 학교와 교사는 오히려 반기는 편입니다. 다른 부모에게도‘저 애 아빠는 관심이 많구나’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고요. 아빠가 먼저 옆자리 엄마에게‘저는 누구 아빠입니다’라고 소개하시면 도움될 것 같습니다.
옷차림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도 많은 듯합니다.‘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않은 단정한 차림이면 됩니다. 눈에 띄게 화려한 의상이나 진한 화장은 다른 학부모의 눈쌀을 찌푸리게 할 수 있지요. 아울러 요즘 교사들은 학부모의 작은 선물에도 당혹스러워 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학교엔 항상‘빈 손’으로 가야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도움말: 김중훈 인천 운서초 교사, 신은주 서울 성신초 교사, 윤의정 공부혁명대 소장, 최형순 아이스크림홈런 초등학습연구소장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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